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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여행] 숲속의 학자, 정여창 선생의 숨결을 느끼다: 군자정의 비밀과 일두(一蠹)의 일화

조이팜 2025. 12. 30. 15:44

경남 함양의 화림동 계곡을 걷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정자 하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함양 군자정(君子亭)입니다.

 

이곳은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조선 시대 대유학자 일두 정여창 선생의 정신이 깃든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만 권의 책을 갉아먹는 좀벌레", 일두(一蠹)의 일화

정여창 선생의 호인 '일두(一蠹)'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두()자가 좀 두자로 좀 벌레를 가리키거든요.

 

그의 스승 김종직 선생은 제자의 깊은 학문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늘 아래 좀벌레 한 마리가 있으니, 이는 만 권의 책을 갉아먹을 것이다."

그래서 정여창 선생의 호가 일두가 되었다고 해요.

스스로를 '한 마리의 좀벌레'라 낮추어 불렀지만, 그 속에는 학문에 대한 끝없는 탐구심과 열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유배 생활 중에도 제자를 양성하며 학맥을 이어간 그의 굳건한 선비 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후손들의 존경으로 피어난 '군자정'

현재의 군자정은 1802년, 정여창 선생이 처가에 머물며 쉬던 곳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세운 것입니다.

특히 이곳의 이름인 '군자(君子)'는 성리학의 대가 주희의 시에서 인용된 것으로, 선생을 향한 후손들의 깊은 존경심을 보여줍니다. 화림동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정자에 앉아 있으면, 선생이 추구했던 '군자의 도'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현판 속에 담긴 시 한 수: 주희가 칭송한 군자의 도

군자정 내부에는 정자의 유래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시판(詩板)이 걸려 있습니다.

중국 송나라의 주희가 주돈이 선생을 기리며 지은 시로, 정여창 선생을 그에 비견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원문 (한자)
발음
해석
君子亭
군자정
군자의 정자
倚杖臨寒水
의장임한수
지팡이 의지하고 찬 강에 이르러
披襟立晩風
피금입만풍
옷깃 헤치며 해질녘 바람에 섰네
絶憐人境絶
절대인경절
끊어진 속세가 안쓰럽지만
爲我說濂翁
위아설렴옹
날 위해 염계 선생의 도를 말하네

이 시는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서 학문에 정진하는 선비의 높은 뜻을 노래합니다. 마지막 구절의 '염계 선생'은 성리학의 대가 주돈이를 뜻하는데, 후손들은 정여창 선생 역시 그와 같은 진정한 군자였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군자정 방문 포인트 3가지

  1. 화림동 계곡의 절경: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계곡의 물줄기는 마음을 정화해 줍니다.
  2. 현판의 서체와 시: 주희의 시를 음미하며 선비들의 학문적 지향점을 느껴보세요.
  3. 일두 고택과의 연계: 인근의 일두 고택과 함께 방문하면 정여창 선생의 생애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함양 군자정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시대를 앞서간 한 선비의 고결한 정신을 만나는 통로입니다.

이번 주말, 고즈넉한 정자에서 '군자의 마음'을 한번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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